- 수정 2025-08-27 18:46
- 등록 2025-08-27 18:25

지도자가 이웃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자”라고 규정하는 순간,
이미 언어는 힘의 관계를 드러낸다.
말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현실을 규정하고 방향을 강제하는 힘이다.
따라서 메시지의 섬세한 관리란 단순히 외교적 예의 차원을 넘어,
존재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위치에 놓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웃을 특정 방식으로 호명하는 순간,
그 이웃은 협상의 주체가 아니라 이미 낙인 찍힌 대상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한다면,
단순한 규정이나 낙인보다 더 근원적인 관여가 필요하다.
동결·축소·비핵화라는 단계적 구상은 정치적 계산일 수 있지만,
그것이 진정 궤도에 오르려면 ‘힘의 균형’만이 아니라
상대의 존재를 긍정하는 태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웃을 위협으로만 보는 시선은 결국 또 다른 위협을 불러오고
협상은 거래가 아니라 힘의 경연장이 된다.
정책의 성공은 단순히 전략적 세부 조율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타자를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는가,
언어와 사고의 층위에서부터 결정된다.
만약 새 접근법이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그 평화는 ‘관리된 언어’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긍정하고 그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려는 태도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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