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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동결’ 아쉬운 한·일 정상회담, 일본 후속조치 나서야

담빛 2025. 8. 25. 09:37

‘과거사 동결’ 아쉬운 한·일 정상회담, 일본 후속조치 나서야

수정 2025.08.2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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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함께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과거사 동결’이라는 말은 언뜻 합리적 타협처럼 들리지만,

실은 가장 위험한 방식의 봉인이 될 수 있다.

 

얼어붙은 과거는 잠시 동안은 움직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다시 녹아내려 흐르고,

그때는 더 큰 파열과 균열을 낳는다.

 

기억은 억압된 채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깊은 층위에서 살아남아,

언제든 현재를 흔드는 힘으로 돌아온다.

 

진정한 치유는 망각에 있지 않다.

망각을 강요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자기 부정에 빠진다.

오히려 고통스러운 과거를 똑바로 직시하는 용기,

그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감내하는 태도 속에서만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국가 간의 만남도

단순히 정치적 이해관계를 맞추는 행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서로의 상처를 함께 껴안고,

그 무게를 새로운 토대로 전환하는 실험이어야 한다.

 

역사적 상처를 동결한다는 것은 미래를 향한 에너지를 봉쇄하는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과거의 고통을 온전히 기억할 때에만 우리는 미래를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다.

 

그 고통은 무거우나,

바로 그 무게가 관계를 더 깊게 하고,

기억의 공유가 서로를 진정한 파트너로 묶어낸다.

 

따라서 필요한 후속 조치는 ‘얼마나 잘 잊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이다.

기억을 의무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공동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과거는 우리를 붙잡는 쇠사슬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으로 향하는 발판이 된다.

 

역사를 얼려둔 채 미소를 주고받는 외교는 공허하다.

얼음을 녹이고, 그 속에 잠든 목소리와 고통을 함께 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화해의 길이며, 공동체를 성숙하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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