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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처 담긴 관봉권 띠지 폐기한 검찰, 증거인멸 아닌가

담빛 2025. 8. 21. 12:07
  • 수정 2025-08-19 19:34
  • 등록 2025-08-19 18:00

2024년 9월 심우정 검찰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신응석 당시 서울남부지검장(가운데). 한겨레 자료사진

<기사 일부::

이른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수사했던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관봉권의 띠지와 스티커를 ‘실수로’ 폐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폐기 과정과 사유에 대해 사후 감찰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증거를 인멸한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가 지난해 12월 전씨 집에서 찾아낸 현금은 1억6500만원으로, 5만원권 3300장의 관봉권이었다. 이 가운데 5천만원은 비닐 포장을 벗기지 않은 상태였고, 나머지 1억1500만원을 묶은 띠지에도 검수관의 도장과 취급 지점 등이 표시돼 있었다고 한다. 관봉권은 5만원권 100장을 띠지로 묶고, 10개 묶음을 비닐로 포장한 뒤 ‘스티커’를 붙인다.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는 현금을 검수한 날짜와 시간, 담당자 코드 등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적혀 있는 기초자료다. 검찰은 ‘직원이 압수물을 공식 접수하기 위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실수로 띠지와 스티커를 버렸다’고 밝혔는데, 이 해명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띠지와 스티커를 폐기한 사실을 지난 4월에야 인지했다는 해명도 수상하긴 마찬가지다. 띠지와 스티커는 관봉권 수사의 출발점인데, 지난해 12월 압수수색 뒤 넉달 동안 아예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자백하는 꼴이다.>

 

[사설] 출처 담긴 관봉권 띠지 폐기한 검찰, 증거인멸 아닌가 ― 니체의 시선

권력기관은 언제나 ‘진실’을 다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니체가 보기에 진실은 언제나 권력에 의해 “필요한 만큼만” 관리되고,

불편한 것은 삭제되거나 왜곡된다.

 

관봉권 띠지에 기록된 출처를 검찰이 폐기했다는 사건은,

그저 절차적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 스스로 불리한 흔적을 지워내고, ‘진실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니체가 말한 대로 “사실은 없고 해석만 있을 뿐”이라는 명제가,

여기서는 권력의 편의에 따라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증거의 폐기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 질서를 보여준다.

 

검찰이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사회가 권력 앞에 얼마나 순응하는지 드러낸다.

니체적 관점에서 이것은 노예 도덕의 발현이다.

 

즉, 약자는 의심하고 분노하지만, 체제는 그 분노를 제도적으로 무력화한다.

권력자는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힘이 곧 법”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숨어 있다.

 

그러나 니체는 동시에 우리에게 질문한다.

“너는 그 진실을 직시할 힘이 있는가?” 검찰의 증거 폐기는

우리 사회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허위와 가식을 덮어왔는지를 드러낸다.

만약 시민이 이를 방관한다면, 이는 결국 ‘허무주의’의 길이다.

권력이 만들어낸 허구의 진실에 순응하는 사회는, 스스로 힘을 잃은 사회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증거 인멸 여부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권력과 진실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관계를 넘어설 새로운 가치 전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의 문제다.

 

니체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정의라는 이름의 가면극”을 찢고,

권력을 향해 “너는 무엇을 감추려 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그것이 허무주의를 넘어서는 길이며, 동시에 ‘힘에의 의지’를 시민의 것으로 되찾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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