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희은 | 가수
<그렇구나. 매미…너희로구나. 아침 일찍 현관문 열고 나가 조간 들고 오면 매미들의 합창이 뜨겁다. 드디어 시작이네. 이들의 떼창이 사라지면 어느 곁엔가 풀벌레들 노랫소리로 바뀌겠지? 올여름 유난히 길—다. 이제 8월 중순인데 6월, 7월의 무더위, 열대야, 폭우, 수해 재난이 기록적이었다. 8월에도 더위와 폭우 가능성이 예측되었으니 아직도 견뎌야 할 찐득찐득한 나날이 남아있겠지. 어린 날부터 변치 않는 버릇 하나, 무슨 일을 앞두면 상관없는 물건을 온통 뒤집고 정리한다는 사실. 참 어쩔 수 없다. 벽장을 열고 모아둔 에코백을 차곡차곡 접어 투명가방 안에 넣고, 크고 작은 크기별 가방과 쌕 등은 종이로 속을 채워 가지런히 넣었다.
(중략)
여름!! 이제 이만총총!>
여름!! 이제 이만총총!
여름은 단지 계절의 한 시기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가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내는 순간이며,
삶의 강렬한 에너지와 무상함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모든 것은 극대화되고,
생명은 자신의 한계까지 확장한다.
그러나 이 확장은 필연적으로 쇠퇴를 동반한다.
여름의 끝은 단순한 종말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향한 필연적 이행이다.
“여름!! 이제 이만총총!”
이 말은 표면적으로는 가벼운 작별 같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시간의 본질을 꿰뚫는다.
모든 존재는 유한하며,
강렬한 순간조차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의 사유가 떠오른다.
여름의 뜨거움도, 지나간 모든 순간도
무한히 반복되어야 할 가치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그 반복을 가능케 하는 것은
마지막 ‘이만총총’의 고요한 인정이다.
삶의 열정과 무상의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별’을 경험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우리 존재 역시 끊임없이 변화를 맞는다.
여름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이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는가?”
무지개처럼 잠시 반짝이다 사라질 찰나를
당당히 품을 것인가,
저항하며 붙잡으려 할 것인가.
“이만총총.”
이 단순한 인사가
사실은 삶의 지혜이며,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여름의 열기를 떠나보내며,
나는 무한한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존재로 서야 한다는
철학적 숙명을 마주한다.
그리고 조용히,
여름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안녕, 여름. 너의 불꽃은 내 안에 영원히 살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