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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한길 난장판 자초해놓고 뒤늦게 징계 나선 국민의힘

담빛 2025. 8. 11. 08:06

 

  • 수정 2025-08-10 18:36
  • 등록 2025-08-10 18:00

 

지난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가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객석에서 일어나 “배신자”를 외치며 당원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채널에이(A)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25년 2월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연설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배신자”라고 외치며

군중의 동참을 유도한 장면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항의처럼 보인다.

 

그러나 니체의 시각에서 이 사건은 단순한 의견 표출을 넘어

‘힘의 의지(Wille zur Macht)’와 ‘군중심리’의 작동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니체가 말하는 힘의 의지는 생물학적 생존 욕구를 넘어,

존재가 스스로를 확장하고 세계에 흔적을 남기려는 근원적 충동이다.

하지만 그 발현에는 창조적(affirmative) 양태와 반응적(reactive) 양태가 있다.

창조적 힘의 의지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기존의 도덕·관습을 넘어서는 초인적 태도로 나타난다.

 

반면 반응적 힘의 의지는 타인을 규정하고 평가절하함으로써 스스로의 위치를 강화한다.

“배신자”라는 외침은 바로 후자, 즉 반응적 힘의 의지가 드러난 행위이다.

이는 타인을 ‘도덕적 결함’이 있는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발화자 자신과 그가 속한 집단의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선과 악’의 구분이 어떻게 권력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지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도덕적 언어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권력 구도의 산물이다.

‘배신자’라는 낙인은 정치적·도덕적 담론을 결합시켜, 상대를 단순히 정치적 경쟁자로서가 아니라

‘신뢰를 저버린 부도덕한 자’로 전락시킨다.

이는 군중의 정서를 자극하고 결속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자율적 사유나 비판적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군중을 “자신의 진리를 갖지 못하고, 타인의 외침에 열광하는 자들”로 묘사했다.

 

여기서의 ‘배신자’ 외침은 개별적 판단의 결과라기보다

이미 형성된 집단 감정과 가치 체계를 재생산하는 행위에 가깝다.

발화자는 군중의 기존 분노에 접속함으로써

자신이 ‘공동의 정의’ 속에 속해 있다는 확신을 얻고, 그로부터 일시적인 권력감을 획득한다.

 

니체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장면은 진리 탐구나 가치 창출의 장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 가치 체계 안에서의 배제와 동일화, 즉 ‘우리는 하나’라는 자기 확인의 반복이다.

이는 ‘정신의 고양’이 아니라 ‘반응적 힘’의 순환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힘이 아니라, 주어진 규범과 도덕을 재확인하는 힘이다.

 

니체가 비판했던

‘노예 도덕’—타인의 약점과 결함을 부각시키며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정치적 장면 속에서 재현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정치적 의미를 넘어,

니체가 경계한 인간 정신의 경향성을 보여준다.

그것은 스스로를 초월하려는 고독한 사유 대신,

이미 주어진 가치와 군중의 열광 속에서 안도감을 얻는 태도이며,

힘의 의지가 창조가 아닌 배제의 형태로 발현되는 전형적 예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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