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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나요 [슬기로운 기자생활]

담빛 2025. 8. 8. 07:43

한겨레 사설.칼럼칼럼

고나린기자
  • 수정 2025-08-08 07:20
  • 등록 2025-08-08 07:00
    지난달 28일 오후 울산 북구의 한 주차장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여성을 크게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남성의 도주를 막기 위해 시민들이 제지하며 파손한 차량. 연합뉴스

울산 주차장, 흉기, 시민, 그리고 니체

지난달 28일, 울산 북구.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고,
한 여성이 크게 다쳤고, 주차장에는 비명이,
그리고 부서진 차량이 남았다.

그 순간,
니체가 절벽 위에서 담배를 물며 중얼거린다.

“오, 인간이여…
너희는 또다시 도덕적 동물로 활활 타오르는구나.”


 "시민들이 제지하며 파손한 차량"

이 문장이 니체의 눈에는 유독 도드라졌을 것이다.
그는 아마 웃으며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범인을 잡은 영웅보다, 깨진 차 유리창이 더 주목받는 세상이군.”

차량 파손.
그건 이 사건에서 유일하게 눈으로 확인 가능한 손실이다.
피해자의 트라우마?
현장에 있었던 시민의 심리적 충격?
그건 기사에서 한 줄도 설명되지 않는다.

왜일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니체는 이런 현실을 보며 말한다.

“현대인은 이미지로 사고한다.
그러니 부서진 것만을 슬퍼하고,
흔들린 마음은 보도하지 않는다.”


 "그는 왜 칼을 들었는가?"

그 질문은 기사 어디에도 없다.
분노?
망상?
여성혐오?
삶의 실패에 대한 비뚤어진 복수?

니체는 이런 생략을 보면 한숨을 쉰다.

“동기 없는 폭력은 없다.
그러나 동기를 분석하려면,
우리가 불편해져야 하니까 그건 넘어가는 거다.”

그는 말했지.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괴물의 기원을 마주해야 한다.”


 "시민들이 막았다"

여기서 니체는 희망을 본다.
그는 냉소주의자였지만,
**‘능동적 인간’**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철학자다.

그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래, 그대들.
달아나는 공포 앞에서도
행동한 자들이 있었구나.
아직 인간에게 의지가 살아 있군.”

니체에게 중요한 건
정의가 아니라 의지다.
비겁함과 무관심이 넘실대는 세상에서
누군가 '막아선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초인적 행위'로 보일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사 그 자체에 대해

니체는 이 기사 한 줄 한 줄을 찬찬히 읽고
조용히 고개를 흔들며 썼을 것이다.

“너희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너희는 이야기만 팔았다.
그러나 이야기 속 진실은 항상,
가장 말 없는 자의 편에 숨어 있다.”

 



칼 든 손 앞에
빈손으로 막아선
이름 없는 힘

차창은 깨져
사람의 마음은 더
조용히 부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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