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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은 무엇인가 [세상읽기]

담빛 2025. 8. 8. 07:32

 

언론개혁은 무엇인가 [세상읽기] 

홍원식 | 동덕여대 ARETE 교양대학 교수

  • 수정 2025-08-07 19:16
  • 등록 2025-08-07 19:00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언론개혁은 무엇인가 — 니체, 진실의 마이크를 바라보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이 물음은 낡은 철학의 문턱을 닳게 한 오래된 질문이다.
하지만 2025년의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그 물음은 시끄럽고도 절박하다.

그 중에서도,
**‘언론개혁’**이라는 말은
이 시대의 진실이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지를 묻는 투쟁의 다른 이름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언론개혁을 외친다.
왜일까?
왜 그들은 ‘보도’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왜곡에 맞서고자 할까?
그리고 니체는, 이 장면을 보며 어떤 말을 했을까?


● 진실이 왜곡되는 구조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진리는 언제나, 힘센 자가 규정해 온 것에 불과하다.”

즉, 진실이란 자명한 사실이 아니라,
권력의 손에 의해 편집된 서사라는 것이다.

오늘날 언론은 단지 사실을 전달하지 않는다.
사실을 선택하고,
순서를 배열하며,
말줄임표를 넣고,
사진을 자르고,
목소리를 키우거나 죽인다.

그 결과, 진실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아니라,
‘누구에게 유리한가’를 기준으로 빚어진 이야기
가 된다.

니체는 이런 현상을 보며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라 불렀다.
언론 또한 하나의 권력이다.
중립적인 눈이 아니라,
세계에 관여하고 싶은 의지를 가진 눈이다.


● 민주당의 언론개혁, 초인을 향한 투쟁일까?

니체가 이상적으로 바라본 존재, **초인(Übermensch)**은
타인이 부여한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자신의 귀로 진실을 듣고자 한다.

지금 민주당이 말하는 언론개혁이
만약 기존 권력 구조가 조작한 ‘진실의 이야기’를 걷어내고,
시민 스스로 묻고 생각하며
자기 판단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그건 분명 니체가 지지할 만한 일이다.

그것은
무력한 인간을 보호하려는 ‘노예 도덕’이 아니라,
스스로 보고,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주체들을 양성하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니체는 이렇게도 경고했을 것이다

“괴물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면,
결국 그 괴물이 너를 들여다보게 된다.”
— 『선악의 저편』

언론개혁을 외치며,
자신이 비판하던 언론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실을 편집하게 된다면,
그 또한 또 다른 괴물이 된다.

즉, 니체는 민주당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대는 진실을 위한다 말하지만,
그 말은 너무 쉽게 '우리에게 유리한 진실'로 바뀔 수 있다.
그대가 싸우는 대상과 닮아가지 않도록 깨어 있으라.”


● 언론개혁이란, ‘말의 책임’을 회복하는 일

니체는 말한다.

“모든 말은 가면이다.
그러나 그 가면을 의식하는 사람만이,
진실에 다가갈 자격이 있다.”

언론개혁은 단지 법 하나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가면의 존재를 자각하고,
그 가면을 벗길 수 있는 힘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과정
이다.

그래서 언론개혁은 궁극적으로,
진실을 말할 용기와,
그 말을 책임질 품격을 복원하는 일
이다.


●그대,— 진실을 사랑하는가?

니체는 말한다.

“너는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가?
그 고통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가?”

언론개혁은
단지 정치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물음이 되어야 한다.

진실이란 쉽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고통스럽고 불편하지만
우리를 성장시키는 삶의 불가피한 짐이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이란,
진실을 되찾는 싸움이자,
진실을 감당할 준비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그리고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다시 니체의 목소리를 듣는다.

“살아 있는 자여,
스스로 보라.
그리고 말하라.
그 말의 무게를 감당하라.”



진실을 쫓다
괴물과 눈이 마주쳐
닮아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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