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정 2024-02-08 22:49 등록 2024-02-08 18:05

“진리는 누가 말하느냐에 달려 있다” — 니체의 권력 비판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우리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말하는 자의 의지에 더 끌린다”고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이라는 정치적 형식을 무너뜨리고, 대담이라는 유연한 소통을 선택했다면,
이는 진실을 언어로 ‘조정’할 수 있다는 권력의 자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즉, **권력은 진실을 통제하지 않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방식을 통제함으로써 진실을 ‘편집’**할 수 있다.
니체는 이런 방식을 ‘허위의 예술’이라고도 말했다.
약속이 진실을 만드는가, 아니면 연출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내세웠지만, 그 약속은 기자회견이 아닌 ‘대담’이라는 방식으로 치환되었다.
이것은 진실의 형식을 변형한 것이며,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에서
“도덕이란 강자의 언어를 약자가 모방한 것”이라 했다.
이 맥락에서 보면, 국민의 질문에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는 구조,
즉 질의응답 없는 대담은 ‘국민이 말하는 권력’을 제거한,
언어 위에 군림하는 형식이라 볼 수 있다.
디오니소스적 용기와의 결별
니체는 디오니소스를 통해 혼돈과 질문을 감내하는 용기를 찬양했다. 기자회견이야말로
자신에게 불편한 질문을 감수하는 디오니소스적 정치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약속 대담’은
통제된 질문, 예측 가능한 대본, 그리고 즉흥성과 충돌의 회피를 내포한다.
그것은 니체가 경멸한 “소시민적 안전추구”, 즉 아폴론적 가면 속에 숨은 권력의 자기보존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진실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그 말이 위험을 감내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 대담’은
니체의 철학으로 보자면, 진실의 형식이 감히 질문을 피할 수 없도록 열려 있어야 하며,
진정한 권력은 비판과의 정면 대면에서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자회견은 불편하고, 때론 위험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정치가 철학을 닮는 순간이다.
니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진실은 검증받을 수 없을 때, 권력의 장식이 된다.”
🌑
말 위의 말
질문 없는 약속은
가면 쓴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