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부는 사나이’와 국민의힘 [유레카]
- 수정 2025-08-25 18:50
- 등록 2025-08-25 15:12

<기사 일부::
독일의 언어학자 그림 형제(야코프 그림, 빌헬름 그림)의 동화로 널리 알려진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이하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독일 하멜른에 내려오는 전설이다. 독일어 원제 ‘하멜른의 쥐잡이’(Der Rattenfänger von Hameln)가 영어로는 ‘하멜른의 알록달록 옷 입은 피리 부는 사나이’(The Pied Piper of Hamelin)가 됐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동서 공통으로, 양면의 의미로 쓰인다. 지지자를 몰고 다니는 유명인을 일컫기도 하지만, 허황된 주장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선동가를 가리키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는 주로 ‘지도자와 추종자’를 싸잡아 비판할 때 쓰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집단 저항하자 국민의힘에서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절벽으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2023년 1월10일, 유상범 의원)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이 채 상병 특검법을 부결시키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호령에 눈 감고 줄지어 따르는 국민의힘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쥐떼와 다르지 않다”(2024년 5월20일, 강유정 원내대변인)고 했다.
급기야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김문수·장동혁 당대표 결선 진출 등 반탄파(탄핵반대파)가 휩쓰는 야당 상황을 두고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전한길이 부는 피리를 따라 내란의 강에 뛰어드는 쥐들과 같다”고 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결말은 흑사병과 기근 등으로 고통받았던 시대 배경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암울하다. 사나이는 쥐를 퇴치해줬는데도 하멜른 시장이 약속한 돈 지불을 거부하자 복수를 벼르며 마을을 떠났다. 며칠 뒤 돌아온 그는 1284년 6월26일 성 요한과 바울의 날, 어른들이 교회에 간 사이 피리를 불어 어린이 130명을 데리고 산속으로 사라지며 이야기는 끝난다. 아이들 실종 대목은 하멜른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나 문헌 등에 기록된 것으로, 이 전설이 실화 바탕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아사, 집단 이주 등의 해석이 있다.
국민의힘은 ‘강으로 뛰어드는 쥐떼’ 비유보다도 ‘어린이들 집단 실종’이라는 결말을 더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극우 세력에 당의 미래를 저당잡힌 현재 모습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피리 소리에 자기 통제력을 잃고 휘둘리는 것도 문제지만, 피리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자기 이익을 위해 활용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화담사유
하멜른의 전설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는 시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어린이들을 데리고 산속으로 사라진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전설을 넘어,
권력과 약속, 집단의 운명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현대 정치에서 국민의힘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특정 세력의 매혹적인 소리에 휘둘리며 당의 방향을 내맡기는 개인과,
그 소리를 의도적으로 활용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동시에 존재한다.
전자는 통제력을 상실한 집단,
후자는 권력을 도구 삼는 자들이다.
그 결과,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고,
집단의 운명은 특정 세력의 손에 달리게 된다.
이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책임 있는 권력과 주체적 판단의 부재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