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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6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 12·12 피해자 김오랑 중령

담빛 2025. 8. 13. 12:17

[사설] 46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 12·12 피해자 김오랑 중령

  • 수정 2025-08-12 19:42
  • 등록 2025-08-12 18:10

 

고 김오랑(왼쪽) 중령과 영화 ‘서울의 봄’에서 오진호 소령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오른쪽). 오진호 소령의 실제 모델이 김오랑 중령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일부: 12·12 군사반란 당시 신군부의 총탄에 맞아 전사한 김오랑 중령의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79년 김 중령이 숨진 뒤 46년 만에야 국가의 책임을 사법적으로 확인받은 것이다. 군을 동원해 민주주의를 압살하려는 시도가 12·3 내란으로 반세기 만에 재연된 터라 이번 판결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46년 만의 귀환 — 힘과 정의에 관한 니체적 성찰

“강한 정신은 언젠가 귀환한다.”

니체의 이 말은, 46년 만에 법원이 내린 김오랑 중령 사건 국가배상 판결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는 총칼로 권력을 탈취했다.

그날 김오랑 중령은 군인의 명예와 국가의 원칙을 지키려 저항했으나,

국가를 지키는 제복이 아니라 권력을 탐하는 제복에 의해 쓰러졌다.

 

그의 죽음은 ‘국가를 위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온전히 기려지지 못한 채,

정치적 침묵과 역사적 왜곡 속에 매장되었다. 니체라면 이를 ‘힘의 퇴락’이라 불렀을 것이다.

 

니체는 “힘에의 의지”를 말했지만, 그것은 약자의 폭력적 충동이 아니라,

삶을 고양시키는 창조적 역동이었다.

12·12의 총구에서 나온 것은 창조가 아니라 약탈,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의 퇴행이었다.

그것은 진정한 힘이 아니라, 두려움과 사욕에 물든 ‘힘의 흉내’였다.

 

니체는 이런 힘을 경멸했다. “그들은 강하지 않다. 단지 강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46년 만에 내려진 국가배상 판결은, 단지 법적 보상 명령이 아니라,

땅속 깊이 묻혀 있던 정의의 씨앗이 다시 빛을 본 순간이다.

 

니체는 말한다. “진리는 결국 승리한다. 하지만 그 승리는 참혹하게 늦다.”

그 늦은 승리는, 때로는 더 큰 울림과 경고를 남긴다.

 

오늘날 이 판결은 단지 과거의 사건을 닫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불과 몇 달 전, 12·3 사태로 민주주의를 압살하려는 시도가 다시 일어났다.

 

반세기가 흘러도, 우리는 여전히 동일한 질문 앞에 서 있다.

“힘은 무엇을 위해 쓰여야 하는가?”

니체의 ‘영원회귀’는 이 질문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다시 침묵과 방관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정의의 귀환을 지켜낼 것인가.

 

김오랑 중령의 죽음은 이제 한 인간의 비극을 넘어섰다.

그것은 힘이 어떻게 타락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정의가 어떻게 귀환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니체는 경고한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이번 판결은 단지 국가를 향한 판결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정의는 결코 우연히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기다림 속에서도, 기억하고 싸운 자들의 손을 통해 귀환한다.

그리고 그 귀환의 순간, 우리는 비로소 묻는다.

 

“이번에는, 우리는 괴물이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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